2월이 다 됐네.
새해를 야심차게 시작했다기 보다 정신없이 시작한게 더 맞아서 이거원 불안하구만.
사실은 요 몇 일 생각이 많았다.
(꽂아진) 점장이라는 위치에서 도대체 내가 어떻게 이 자리를 끌고 가야 하는걸까.
처음엔 그냥 무조건 열심히 하면 될 것 같았다. 웃는 얼굴로 주문받고, 음료 빨리빨리
뽑아주고 그러면 매출이 좍좍 오를 것 같았는데, 그런게 아니더라.
우유값 100원 깎을려고, 병음료값 500원 깎을려고 얼굴 붉히고, 물비누값이 아까워서
비누통에 구멍내서 싼 물비누 집어넣고, 뭉텅뭉텅 집어가는 냅킨이 아까워서 손님이
두고간 냅킨중에 멀쩡한거 골라서 다시 넣고.. 직원들 택시비 결제해줘야 하는게
아까워서 한달의 대부분을 내가 마감을 하고, 그만둔 알바자리를 알바비 아까워서
비워두고 뭐 그렇게 해봤자 끝내는 티도 안나는 몸부림이겠지만.
사람 비위 맞춰주는 것도 참 힘들다. 최소인원으로 빡빡하게 가는데다가 3, 6, 9법칙
덕분에 슬럼프 겪는 직원들 살살 달래랴, 스케줄 짤 때 오픈, 미들, 마감 골고루 돌아
가게 맞춰주려면 머리가 벗겨진다. 오픈 좋아하는 직원들이 많아서 난 오픈을 하루도
안한다.. 직영점 직원들의 마인드를 알기에 매장이 최대한 제대로 돌아가려면, 애사심이
생기도록 적당히 맞춰줘야 한다. 내 매장처럼 생각하고 일하지 않으면 절약도 안할꺼고
나쁜 짓 할 생각 하지 말란 법이 없다.
이렇게 하다보면 사장한테는 '직원노조위원장'으로 보이게 되고, 끝내는 매장을 위해서
한 일들이 다 병신 소젖 짠 것 마냥 눈에도 안띄게 되는거고. 어쨌든 겉으로 보기엔
매장은 굴러가고 있으니깐. 그러니까 이게 완전 직원과 사장 사이에서 외줄타기를 하며
'이중첩자'가 되지 않으면, 어설프게 걸렸다간 사장 편에선 '직원노조위원장'이고,
직원들이 보기엔 '사장님뿌락치'가 되어 버리는 슬픈 결말이 되는거지.
매출이 오르면 늘어난 손님 덕, 매출 떨어지면 부덕한 점장탓. 뭐 이런 거?
많이 배우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건 정말이지 카푸치노 더블보다도 더 갚진 밑거름이
될꺼다. 내 나이 서른다섯.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진 모르겠지만 빡시게 배우고 구르다
보면 분명 장래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될거라 믿는다.
세줄 요약.
1. 존나 열심히 했다.
2. 이중첩자 잘못하다간 병신 소젖 짠 꼴이 난다.
3. 결론은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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